독서는 작가의 인생에 초대받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엔 이 책의 제목에 이끌려 읽고 싶었다면, 글을 읽는 동안은 작가의 상황이 나의 상황과 통하는 걸 발견하면서 제가 그동안 했던 절약의 방식과 비교/반성하며 저자에게 배움을 얻은 시간이었어요. 이 책에는 사회초년생으로 작가가 겪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그로 하여금 짠내 생활을 시작하는 계기로 작동하며 서른을 앞두고서야 올바른 소비와 저축 습관을 들이려 노력한 과정이 담겨 있답니다.
곳간을 채우는 방법엔 두 가지가 있다.
곳간(통장)에 보관하는 곡식(수입)을 늘리거나 곳간에 넣어둔 곡식을 아끼기 중 하나이다. - p. 5
돈만 생기면(물론 돈이 없어도;;) 플렉스 하던 욜로족들도 최근 경제상황이 바뀌면서 짠테크로 돌아선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외면할 수 없는 현실적 문제임은 분명한 거 같습니다. 그런다고 무조건 아끼고, 굶고, 참으라고 말하는 게 아닌 '미래를 위해 스스로 절제할 줄 아는 똑똑한 소비'의 방법을 책을 통해 하나하나 알려줍니다
목차
입맛만 초딩인줄 알았더니
우리가 혀에 있는 감각 기관으로 단맛과 쓴맛, 신맛, 짠맛, 감칠맛을 느끼듯 절약은 돈 아끼는 맛, 모으는 맛, 값지게 쓰는 맛을 남들보다 더 진하게 느끼도록 만들어준다. 이는 절약하지 않고서는 절대 모를 미각의 세계다. - p.24
저의 경우 돈을 써도 마냥 좋지 않고 어느새 불편해지는 이유가 돈을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는 날이 금방 닥칠까 두려운 마음이 커서입니다. 더욱이 외벌이로 두 아이들 교육비까지 감당하려면 조금이라도 절약하지 않고는 한 달을 버텨내기 쉽지 않은데요, 얼마 전 지인이 샤인 머스켓을 계속 사 먹어도 처음 맛봤던 때의 그 달콤함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웃으며 "한 달에 한 번만 사 먹으면 엄청 맛있을 거야~"라고 대답한 일이 떠올랐어요. 절약에도 아무나 누릴 수 없는 맛이 있다는 표현에 격하게 동의합니다.
적금으로 평생 만기 '소비 습관'을 얻다.
가계부로 내 안에 소비 신호등이 생겼다.
이처럼 각 항목을 3색 신호등으로 표시한 것만으로도 소비 감각이 생기기 시작했다. 돈을 쓸 때마다 알맞은 소비(초록불)인지 낭비(빨간불)인지 빠르게 판단했다. 단지 내가 쓴 돈을 기록하고 세 가지 색으로 분류했을 뿐이다. - p. 63
나름 가계부 쓰며 돈 관리하는 저에게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신용카드를 쓴다는 것! 매일 가계부 쓰고 책과 신문도 열심히 읽지만 현대에서 신용카드 없이 현금으로만 산다는 건 정말이지 쉽지 않더라고요. 아마도 매번 책에서 등장하는 신용카드 없애기의 효과가 단순 카드값 줄이기가 아닌 합리적인 소비라며 우겨대며 써댔던 지난날들을 마주하는 게 두려워서가 아닌가 싶습니다만, 이 힘든 걸 부자들은 공통적으로 다 해내더라고요. 그리고 이분 역시 예리한 논리에 경험까지 보태어 제 뺨을 후려칩니다(신용카드 쓰며 무슨 절약이 되겠냐고!!). 더욱이 신호등 표시로 판독성까지 업그레이드시킨 가계부 기록법은 제 가계부에도 바로 적용할 만큼 매우 참신했답니다.
하루 만 원의 행복
다른 몇권의 절약 책에서 봤던 현금 사용기의 주체는 대부분 여성들이었어요. 그만큼 미혼 남성한텐 이질감이 느껴지던 전략이라 생각했는데 실은 선입견이었고, 생활비 통제를 위한 만능 치트키였다는 것! 그리고 게임에서 스테이지가 하나씩 오를 때마다 플레이어가 아이템을 얻어 더 강해지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작가의 소비 단식력이 발전되는 과정이 세세히 묘사되어있어 재밌었습니다.
가짜 배고픔에 속고 살았다.
진짜 배고픔과 가짜 배고픔을 구별할 때 '브로콜리 테스트'가 도움을 준다. 점심을 먹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허기져 편의점에 가고 싶을 땐 브로콜리라도 먹어 허기를 달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 p. 108
일반적으로 가짜 배고픔은 피로와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느끼는 △오전 11시 1분 △오후 3시 13분 △오후 9시 31분에 찾아온다고 설명하는데요, 기자 출신 작가답게 실험 또는 리서치 결과에 근거한 내용은 물론 '72시간 법칙', '더닝 크루거 효과' 같은 사회심리학 전문용어를 쉽게 풀어 책의 내용을 풍성하게 해 줍니다.
식비를 아끼면 지구가 기뻐한다.
부자는 돈을 쓸 때 곱셈으로 생각하고, 가난한 사람은 나눗셈으로 생각한다는 말이 있다. 예를 들어 매달 3,000원씩 나가는 휴대폰 부가서비스를 가입할 때 가난한 사람은 한 달 3,000원을 30일로 나눈다고 한다. 그러면 하루에 100원꼴이니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라는 생각에 도달한다. 반면 부자는 한 달 3,000원에 12개월을 곱해 1년에 3만 6,000원이 지출된다고 계산한다. 그다음 해당 부가서비스를 가입할지 말지 판단한다. 돈에 쫓겨 살 것이냐 쥐고 살 것이냐는 이처럼 단순한 셈법에 따라 나뉘는 셈이다. - p.121
지난달에 사소한 부부싸움 후 하루 동안 대화 없이 지내다 이튿날 남편이 먼저 기분 좋게 카톡을 보내온 적이 있어요. 어떻게 이렇게 금방 기분이 풀렸냐고 물어보니 방금 갤럭시 폴드 4를 할부로 결제했다고 급고백... (-̩̩̩-̩̩̩-̩̩-̩̩̩_-̩̩̩-̩-̩̩̩-̩̩̩) 2년 동안 핸드폰만 바라보며 쫄딱 굶고 살 거라는 포부(?)까지 덧붙이더라고요. 그 순간 저는 2년의 시간만큼 기회비용으로 날아간 남편의 용돈이 곱셈법으로 떠올라 아까웠는데 남편은 월로 나눌 때 적당한 수준이라며 대화를 끝냈답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저 역시 큰 지출을 쪼개고 쪼개서 어떻게든 내 지출 범위 안에 욱여넣은 소비생활의 연속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할부 품목은 쌓여가고, 그 돈을 갚으려 한 달을 허덕이다 다시 할부를 이용하는 악순환을 반복했었죠. 그때를 생각하면 소비에만 집중하고 돈에 대해 무지했던 제 모습이 제일 후회스러워요. 남편만큼은 저 같은 후회를 하지 않기를, 남은 용돈은 곱셈으로 생각하며 잘 지키길 빌게 되는 파트였어요.
절약은 나 자신을 마주하는 일이다.
저자가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어 부지런하게 움직이며 미래를 준비하고 설계해 나가는 모습이 저에게도 건강한 전염이 되어 다시 절약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난 5월 이후로 돈 나갈 일만 연속이라 한동안 방향성을 잃고 있었거든요. 아낀다고 얼마나 모을까 싶었던 불안한 마음을 '할 수 있다!'라는 희망의 메시지로 바꿔 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책입니다. 신용카드는 아직 못 끊었지만, 저자가 알려준 방법을 제 방식대로 활용해보는 것 또한 재밌는 도전이 될 거 같아요.
재테크 책을 여럿 봐왔던 저에게는 금융지식 파트가 기초상식 수준의 개념이라 쉬웠으나 사회초년생 또는 재테크 초보자라면 반드시 익히고 넘어가야 할 부분임엔 틀림없어요. 그리고 '보너스 코인'에 소개된 13개의 절약 팁은 이 서평을 마무리하면 하나씩 확인하고 싶을 만큼 바로 돈 버는 방법이 최신 버전으로 담겨있어 유용한 책이었어요. 또 다른 3년 후엔 어떤 내용으로 저자의 책을 만나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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